매년 5월 9일은 러시아의 전승기념일이다.
세계 2차 대전에서 승리한 날을 기념하는 날인데, 러시아에서는 정말 큰 기념일인 것 같았다.
이날 오전 10시에 모스크바와 상트를 비롯한 대도시들은 열병식 퍼레이드를 진행한다.
우리는 아이가 원치 않아 집에서 라이브 중계를 시청했다.
군인들이 나와서 엄숙하고 각잡힌 퍼레이드를 진행하고, 푸틴이 축사같은 걸 한다.
올해 전승절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푸틴이 큰 발표가 있지 않을까 많은 외신이 예상했는데, 기대와 달리 조용히 지나갔다.
이날 밤 10시에는 피터폴요새 (페트로파블롭스크요새)에서 불꽃놀이 행사가 있다고 해서 구경을 하러 가봤다.
길을 통제하는 곳도 많고, 차도 많고, 사람도 많다..
나는 정말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이렇게 많은 군중은 처음 봤다.
30-40분 전에 미리 잘 보일만한 곳에 주차하고 대기했다. 그리고 나는 잠시 나가서 구경하며 사진도 찍었다.
요즘 이 곳은 밤 10시 넘어 해가 져서 별로 어둡지 않았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래된 군인의 사진을 액자에 넣어 들고 다니는 모습이었다.
2차 대전에서 전사한 조상들의 사진을 들고 다니며 전승기념일을 함께하는 것은 정말 좋게 보였다.
10시가 다가오자 사람들은 더욱 많아지고, 길거리에 차들은 통제가 안 될 정도로 복잡해졌다.
패딩에 장갑까지 따뜻하게 입었으니 우리도 바깥으로 나가보았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이들에게는 굉장한 축제 날이었다.
아이는 아빠 목에 올라타 편하게 관람했지만, 많이 시끄러웠는지 귀를 계속 막고 있었다.
불꽃놀이는 딱 10분동안 진행되었다.
1시간 전에 집에서 미리 나오고 평소 10분도 안 되는 거리를 다시 돌아가는데 40분 정도 걸린 수고에 비하면 너무 짧긴 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폭죽이 멋있지는 않았다.....ㅎㅎㅎ
롯데타워에서 했던 불꽃놀이에 비하면 시시한 수준이라 크게 감흥은 없었지만, 이 나라의 큰 행사를 구경했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인생에서 전쟁을 겪는게 참 드문 일일텐데 우리는 외국인으로 전범 국가에 살고 있다.
요즘 자꾸 세계 3차대전이라는 말이 자주 보여서 걱정이고, 마음이 아프지만.. 제발 모두에게 좋은 쪽으로 잘 마무리 되면 좋겠다.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 · 러시아 197046 상트 페테르부르크 St Petersburg
★★★★★ ·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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